은빛문해교실 할머니들, 배움의 호수에 ‘풍덩’
이점례씨, 문해학습자 편지쓰기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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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김정인 강사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은빛문해교실 할머니들 | ||
공원에 갔습니다.
공원에는 예쁜 꽃과 나비가 많았습니다.
아빠는 운동을 하시고
나는 자전거를 탔습니다.
맛있는 김밥도 먹었습니다.
그림을 보며 네모 안에 공원, 나비, 자전거, 김밥 등 빠진 글자를 채워 넣느라 여념이 없는 은빛문해교실 할머니들은 배움의 호수에 깊이 빠져 있었다.
평생 한으로 맺힌 공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을까. 삼복더위도 엄동설한도 이들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오는 분, 삼산리에서 계동까지 걸어 나와 버스를 타면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는 분, 한 곳으로는 부족해 두 곳의 문해학교를 다니며 마음껏 공부욕심을 부리는 할머니들은 오히려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듯했다.
“할머니들 대단하세요,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여기 나오는 일이 젤로 재밌어” “다른 건 다 잊어도 여기 오는 날짜는 안 잊어” “동네에서 돈 벌러 오라고 해도 여기 나오는 날은 시상 없어도 안가. 그래서 이날은 동네에서 일하러 오라고도 안혀”
너무나 즐겁다는 할머니들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먹고 살기 어렵던 시대에 태어난 운명을 탓할 만도 하련만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진 할머니들이다. 한 글자, 한 글자 깨우칠 때마다 웃음 짓는 눈가에 어렵던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박순녀 할머니(79, 서천읍 사곡리)는 “모르는 것 하나 하나 알아가는 재미, 그것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천안에서 열린 글씨쓰기대회에서 상도 받았다고 자랑한다. 주섬주섬 가방을 뒤져 상 받은 글씨쓰기 종이를 꺼내 놓는다. 네모진 칸에 꾹꾹 눌러쓴 글씨가 모두 반듯하고 예쁘다. 획 하나 하나를 그을 때마다 들어갔을 할머니의 정성이 눈에 선하다.
“없애지 않았네요?” “그럼, 이걸 어떻게 없애, 고이 간직해야지”
박 할머니의 수상으로 크게 용기를 얻은 할머니들이 서로 대회에 나가려고 해 5명으로 제한하고 맹연습 중이다. 이번에는 이점례 할머니(74, 서천읍 둔덕리)가 ‘제4회 문해학습자 편지쓰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초등초급·중급·고급 과정과 중학 과정을 통틀어 4,760점이 출품된 대회로 (사)한국문해교육협회 주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후원한 대회였다.
김정인 강사는 손자에게 편지를 두 장 쓰셨는데 정말 잘 쓰셨다며 한군데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원본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내용을 듣는 것으로 달래야 했다.
‘할머니가 글을 배워 처음으로 손자에게 편지를 쓴다며 할머니 집에 오면 맛있는 것 많이 해주고 이야기책 재미있게 읽어주겠다’는 내용의 편지였다고 한다.
이점례 할머니는 “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워 새 눈을 얻게 되었는데 상까지 받아 기쁘다”며 “아주 쪼그만 것 하나라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밝고 부드러운 미소가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것만 같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는 새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배움의 열정 앞에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깨달음이 온다.
공부는 평생을 지고 가도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또 모르는 것을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논어 학이 편의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子曰 學而時習之 不亦悅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처럼 배우고 익히는데서 기쁨을 찾는 은빛문해교실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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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획 한 획 정성들여 글씨를 쓰고 있는 이점례할머니의 손 서남옥 기자 onark2@newssc.co.kr , 뉴스서천 http://www.newssc.co.kr/ <뉴스서천은 여의도통신 회원사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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