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한줄기 빛에 희망을 걸다” 

기자라는 직업 상 취재를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부당해고에 맞서 외로운 투쟁을 하는 비정규직의 눈물과 한평생 외길을 걷는 예술인의 뚝심, 먹고 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서러운 한숨 등 삶의 희로애락을 접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고생이냐”며 팍팍한 세상인심에 넌더리를 낸다. 오늘은 얄궂은 세상살이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전해볼까 한다. 
  
이야기에 앞서 10분간 눈을 감고 어둠을 느껴보자. 방금 전까지 익숙했던 공간은 어둠 앞에 모든 것이 무력해진다. 
  
시각장애인은 늘 어둠 속에 산다. 노동주(26)씨 역시 1급 시각장애인이다. 빛과 어둠을 겨우 구별하는 그가 완성도 높은 다큐 한 편을 완성했다.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채용하시겠습니까?’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다. 시각·감각·팔다리의 움직임과 관련된 신경전달에 이상이 생겨 자칫 하다간 영구적인 마비까지 염려되는 위험한 질병임에도 불구 원인도, 치료법도 알려진 게 없다.
  
몸을 가눌 수 없는 고통이 온 몸으로 퍼져와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다. 2년여의 병원생활 동안 그는 “평범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고통 끝에 찾아온 낙은 그에게 학교를 선물했다. 6개월 만에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실명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는 행복했다. 할 수 있는 건 뭐든 경험하고 싶었다. 스킨스쿠버,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끼를 발휘하면서도 그는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교 2학년 때 다시금 찾아온 고통은 그의 한쪽 눈을 앗아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남은 한 쪽 눈으로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면 되는 일이었다.
  


▲ "꿈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 영상을 통해 시각장애인도 일반인처럼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현실이라는 장벽에 막혀 결국은 안마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노동주씨(왼쪽).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폭풍전야처럼 잠잠했던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건 대학교 4학년 때.
  
대학교 생활을 충실히 한 덕에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이 됐다. 어느 대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그는 더 이상 세상을 볼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
  
“오기가 생겨 장애를 숨긴 채 면접을 봤다”는 그. 입사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자신이 장애인임을 털어놨다.  결국 취업은 무산됐다.

그는 두 달 가까이 바깥세상과 단절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두려움도 사라지더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고용주라도 시각장애인을 채용하는 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세광학교(서구 덕흥동 소재) 고등부 2학년에 편입 후 그는 또 다른 세상과 직면했다.
 
“학교엔 정말 다양한 끼를 가진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왜 시각장애인은 안마사가 되어야 하는가?”
 
그는 다큐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영상을 찍느냐,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했지만 그는 해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나 자신을 믿고 도전한 결과다.

일반인보다 몇 배의 어려움을 감수하며 촬영을 강행했다.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기쁨과 이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무한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은 스스로에게 주는 일종의 격려이자 선물이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엔 청춘의 젊음이 아쉽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그의 영상 안에서 시각장애인들은 꿈을 이룬다.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꿈이 있다.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장애인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을 마음으로 본다”며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그로 인해 창조적이고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최대 장점이다”
  
그는 시력을 잃기 전 봤던 알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를 기억한다. “맹인으로 나온 알파치노의 삶은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다”고 말하는 그는 오늘도 세상에 손을 내민다.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다. 아직도 그의 꿈이 불가능이라 말하는가. 조만간 영화감독으로 만날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광주 시민의소리 오윤미 기자 tiamo@siminsori.com 

Posted by 지역통신 여의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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