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심 많이 했남? 나락 많이 나오는가?” 들판에서 나누는 인사입니다.

타작을 바심이라고 하지요. 타작을 할 때는 꼭 조를 바심하지 않더라도 조바심이 나기 마련입니다.

수확을 끝내기 전까진 ‘어디 한 톨이라도 흘리지 않을까’, ‘올해는 얼마나 나올까’ 하며 조심조심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입니다.

“여름 땡볕에, 가을 가뭄에 속 많이 앓았고 고생 참 많았습니다.”만, 농민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올해도 농산물값은 똥금입니다. 한 끼 쌀값은 5년째 200원입니다.

10년 전 껌값에 역전당한 한 끼 쌀값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중입니다. 무, 배추, 사과, 배 등은 지난해 평균 가격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모든 농자재 값은 무섭게 폭등했습니다. 올 한 해에만 비료값은 두 배가 올랐습니다.

사료값은 2006년부터 8차례 인상해가며 80%나 폭등했습니다. 기름값도 2007년 초 대비 두 배 올랐습니다. 논 농업의 공익성과 생산비 보장을 위한다는 직불금 상당 부분은 가짜 농민들 통장으로 매년 꼬박꼬박 들어가고 있습니다.

“비료회사 징한 놈들! 담합해서 생산라인 뚝 끊고 정부 압박하듯이 우리 농민들도 담합 한 번 제대로 해 봅시다!”, “5만50원에 공공비축 수매하느니 군청 앞에, 농협 앞에 나락 야적하고 우리도 농산물 딱 내지 말아 봅시다!” 현수막과 깃발도 달아 보고, 이장님들께 유인물도 발송하고, 11월 농민대회다, 나락 야적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열심히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농민들의 수가 많거나 적거나, 국내총생산 비중이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이 땅과 먹을 것과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농자는 천하지대본입니다. 사실, 근본의 힘을 모으는 것은 비료회사의 담합보다는 훨씬 힘이 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은 풍년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올 수확이 얼마나 알찬지 자랑합니다. 새 포대에 담긴 씨나락처럼 다음해에 움틀 꿈도 소중히 그려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랑 하나도 상관없는 주식은 날마다 떨어지고, 경기는 안 좋고 앞으로도 안 좋을거라고 하고,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모르는 비료값 3만원대 괴담에다, 논 값은 쌀값과 상관없이 날마다 올라갑니다..

또, 그러거나 말거나 농민들은 “농사 끝났구만!”하면서도 열심히 나락 바심하고 콩 바심해서 내년 농사를 차근차근 준비할 것입니다.

  최용혁 서천군농민회 사무국장 (뉴스서천에 기고된 글입니다.)

 



 


 

Posted by 지역통신 여의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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