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다” VS “진부하다”
2008광주비엔날레
비엔날레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상하이 비엔날레 등 대규모 국제 미술행사가 연달아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첫 스타트를 끊은 광주비엔날레가 개막 3주째에 접어들었다. 16일을 기준으로 총 관람객 수는 3만 1천여명으로 집계됐다. 관람객 규모로만 따지면 화려한 출발인 셈이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3대 비엔날레에 속한다”던 박광태 (재)광주비엔날레(이하 재단) 이사장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광주비엔날레를 향한 시선은 복잡다단하다.
▲ “참신하다” VS “진부하다” - 광주비엔날레가 ‘연례보고’의 이름으로 개막한지 3주째 접어들었다. 그간 3만명을 훌쩍 넘긴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지만 비엔날레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갈린다. ‘현대미술의 세계적 흐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는 긍정적 시각과 ‘주제없이 일년의 전시 보고하는 형식 자체가 진부하다’는 부정적 시각이 그것. 비엔날레에 대한 평가야 어찌됐든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우선 광주비엔날레는 추진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다. 처음에는 신정아씨와 오쿠이 엔위저씨가 공동 감독체제로 출발했으나 신정아 파문으로 첫 단추부터 삐그덕거리며 내홍을 겪었다.
재단은 내국인 감독을 다시 선임해야 할까도 고민했지만 해외 인적 네크워크의 다양성을 강점으로 둔 오쿠이 총감독을 ‘원톱’으로 세우고 난국 돌파를 꾀했다.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을 감독으로 선임하자 지역 미술계 인사들은 “아시아의 정체성과 광주가 가진 특색을 함께 담아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 역량 있는 문화CEO(상임부이사장)을 영입해 추락한 비엔날레 위상을 재정비하자는 개혁 목소리가 높았지만 재단은 지지부진 시간을 끌며 오히려 파행사태 책임을 져야 할 이용우 이사를 선임부이사장 자리에 앉히는 무리수를 뒀다.
당연히 개혁바람을 타고 온 반개혁 인사 단행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재단은 재단대로 오쿠이 감독의 인적 풀과 재능을 믿고 어려운 여건 속에 이번 광주 비엔날레를 준비해왔다.
기대감과 우려 속에 공개된 2008광주비엔날레는 ‘연레보고 Annual Report’ 타이틀 아래 특별한 주제 없이 지난 1년간 세계 미술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화제작들을 모아 전시했다.
오쿠이 총감독은 “주제 지향적 전시에서 벗어나 현대미술의 다양한 조건과 전시기획의 역할에 대해 성찰해 볼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로 전시를 보는 이번 비엔날레를 향한 시각은 상반된다.
우선 현대미술의 세계적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라는 긍정적 평이다. 프랑스 르몽드지를 비롯 일본 아사히신문, 미국 아트 인 아메리카 등 30여명의 외신 기자들은 광주비엔날레를 방문, “특정 주제 없는 비엔날레의 실험정신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호평했다. 지역 언론들 역시 앞 다퉈 “광주비엔날레 위상이 국제적으로 드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시각은 주제 없이 일년의 전시를 보고하는 형식 자체가 진부하다는 평이다. ‘실험성’을 중시하는 비엔날레 취지가 무색하게 전시됐던 작품들을 국제규모의 미술행사에서 굳이 재연해 ‘신선도’를 떨어뜨릴 이유가 있느냐는 것.
또한 비엔날레서 주목해야 할 작가로 손꼽히는 한스 하케, 고든 마타 클락 등은 이미 국내에도 익숙한 작가로, 전시된 작품 역시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엇갈린 평가 속에 공통된 의견은 “오쿠이 총감독의 색깔이 짙게 묻어났다”는 점이다. 제3세계 정치학을 전공한 오쿠이 총감독은 탈식민주의 등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개인적 성향은 고스란히 작품 전시로 이어졌다. 제3세계 탈식민주의론을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이 비중 있게 전시 됐으며 정치적 색깔을 띤 작품 역시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러한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분분한 해석이 향후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싶지만 재단과 언론의 호들갑만큼 현장의 분위기는 그리 활발히 느껴지지 않는다.
지역내 미술평론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학 미대 교수들을 비롯해 문화 관련 인사들 십수명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직 비엔날레를 관람하지 못했다”는 답뿐이다. ‘미술인들만의’ 또는 ‘광주만의’ 잔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관심이 먼저 요구되는 때이다.
광주시민의소리 오윤미 기자 tiamo@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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