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울리는 전문 도박단 활개
[전남 광주] 양동 인근 광주천 다리 밑 화투·윷놀이 도박장
보초 세우고 쌈짓돈 털어…경찰 “단속 어렵다”
--> 광주천 다리 밑에서 벌어지는 도박판 현장. 수백만원의 판돈이 오가는 윷놀이는 전문 도박단의 개입으로 노인들의 쌈지돈이 털리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단속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하던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경찰이 다녀간 그 곳엔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하는 윷놀이 판과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만 남아있다. / 사진 = 광주 시민의소리
광주천이 노인들의 도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일 정오가 되면 광주천 인근에선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실시한다. 하루 평균 600여명의 노인들이 이곳을 이용한다. 적적함을 달래고자 노인들은 자연스레 광주천으로 모여든다.
서구 양동 복개상가 방향 다리 밑에선 100여명의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화투판을 벌인다. 대낮부터 벌어지는 도박판은 제법 규모가 크다. 돗자리를 깔아놓고 화투에 열을 올리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70세. 술병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같은 시각, 광주지방 노동청 근처 다리 밑에선 40여명의 노인들이 윷놀이에 한창이다. 높은 언성이 오가고 제법 큰돈이 오간다. 대낮부터 시작된 도박은 해질녘까지 계속된다. 전문 도박장을 방불케 하는 이런 광경은 광주천 곳곳에서 목격된다.
“노인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저렇게 모여 도박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술에 취한 노인들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서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이 근방엔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한다. 볼썽사나운 광경에 광주천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의 불평불만이 쏟아진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고자 ‘재미삼아’ 쳤다고 하기엔 오가는 판돈의 액수가 크다.
점 당 200원 정도인 화투판은 그나마 나은 편. 윷놀이 한 판에 걸리는 판돈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 선.
정작 게임을 하는 사람은 두 명이지만 게임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이길 것 같은 사람에게 각각 돈을 건다. 옆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일명 바람잡이들이 흥을 돋우면 판돈의 액수는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과 매달 타는 연금을 고스란히 도박판에서 날리고 있는 것.
2백만원을 잃었다는 한 노인은 “처음엔 심심해서 재미삼아 했는데 하다 보니 판돈도 점점 커지고 자꾸 잃다 보니 본전을 생각해서 안할 수가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노인들이 이 판에서 돈을 따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노인들의 쌈지돈을 노리는 전문꾼들이 있는 것. 속칭 ‘와리’를 띠는 사람들은 게임 당 내기 돈을 걷어 모인 돈의 10% 를 챙긴다.
게임당 판돈이 100만원이라 한다면 이들은 10만원을 갖는 셈. 한 판당 10분 남짓 걸리는 도박이 하루 평균 6시간씩 계속된다. 이들이 챙기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경찰의 눈을 피해 매일 장소를 옮기며 판을 주도하는 ‘꾼’들은 대여섯 명의 보초를 세운다. 경찰이 떴다 싶으면 수신호를 통해 재빨리 판을 정리하다 보니 단속 역시 쉽지 않은 실정.
금남지구대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벌써 판이 끝나 버린 경우가 허다하다”며 “현장 확인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역시 오후 3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다녀간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장소를 옮겨 다시 판을 벌였다.
유치원생인 딸과 함께 자주 산책을 나온다는 김영경(38)씨는 “도박이 벌어지는 근방엔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되돌아가곤 한다”며 “하루에 광주천을 이용하는 시민이 얼마나 많은데 경찰은 제대로 단속 안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김성순(43)씨는 “무턱대고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 줘야한다”며 “갈 곳 없는 노인들이 편히 앉아 쉴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의소리 오윤미 기자 tiamo@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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